쌀파동 남의나라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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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옥 작성일08-11-21 10:20 조회3,799회 댓글0건본문
우이독경 - "코스트코에 쌀이 떨어졌어!"
정혁기 정회원 ahanalog@naver.com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의 '코스트코' 매장에, 쌀구입량 제한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2008.4.23/ AP통신>
사람들은 평상 생활 중에 잘 돌아가고 있다고 여겨왔던 일이어서 문제로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이 곤란하거나 당황스런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경우에 종종 부딪친다.
이 경우 이게 문제로 터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어서 그 폐해를 고스란히 둘러써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는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라 안팎에서도 발생한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 누가 암 판정을 받은 경우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겠고, 별 문제 없다고 여기던 관계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부도가 나서 덤터기를 쓰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나라 수준에서 본다면 지난 1997년 아이엠에프도 이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요즈음 상황에서 본다면, 잘 나가리라고 묻어둔 주식ㆍ선물이나 펀드 투자가 깡통계좌로 돌변하는 등 최근의 경제상황 속에서 일어난 생활고로 인해,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황망하고 안타까운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희망의 파산이고 더 살아봤자 저당 잡힌 암울한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절망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요즈음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는 사태가 보여주는 대로, 아메리카가 저 지경이 되리라고 일반사람들 중 얼마나 예상했겠는가. 지난 11월 5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세계엔 - 나라방 - 미국방>에는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다. 물론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과 연관 있는 글이다.
내용인 즉, 아메리카 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 어느 날 수퍼마켓에 쌀을 사러 갔더니 그동안 지천으로 쌓여있던 쌀을 살 수 없더라는 데에서 얘기가 시작된다. 그의 글 앞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지난 5월 달, 저는 미국 와서 처음 겪는 황당한 일을 겪었더랬습니다.
그때, 전화로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가 꽤 급박했습니다.
"허니, 큰일났어!"
순간 저도 본능적으로 몸이 긴장상태가 됩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아내의 거의 패닉어린 목소리.
"코스트코에 쌀이 떨어졌어!"
헉...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허무한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이거... 뭐야...
(원문출처:http://bbs1.worldn.media.daum.net/gaia/do/country/read?bbsId=N001&articleId=43541)
사실, 농업대국인 아메리카에서 <코스트코>에 쌀이 떨어지리라고 사람들이 예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일이 많을 처지에 거기까지 걱정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이러한 황당한 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하튼 2008년 5월 아메리카에서 쌀이 떨어지고 가격이 폭등하였다. 위 글을 올린 필자는 이러한 사태에 대한 원인을 조목조목 정리하여 올렸는데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이 수많은 댓글을 달았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댓글에서는 소위 악플도 적지 않았지만, 아메리카 여기저기에서 같은 사태를 겪은 사람들의 참여와 상식을 지닌 사람들이 합세하여 아주 뜨겁고 생산적인 소통이 이어지고 있었다. 글의 내용과 댓글들도 재미있는 읽을거리지만 인터넷의 힘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지난 4~5월 무렵엔, 아메리카뿐만 아닌 세계 곳곳에서 쌀파동이 일어났다. 쌀파동이 있기 전 벌써 쌀을 포함한 세계 곡물가격은 2배, 3배로 뛰며 그 추세를 멈추지 않을 기세였고, 기왕의 쌀 수출국들마저 수출규제 혹은 금지를 단행한 결과, 예컨대 필리핀 같은 쌀 수입국(자급율 85%정도)은 4월 18일 베트남산 쌀을 톤당 1,200달러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쌀 가격은 톤당 300불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3월 12일 <워싱턴포스트>지에 “우리는 이제 ‘완전한 태풍 - 즉 식량폭동’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대로, 그리고 누군가가 식량문제를 지구상의 최대의 ‘쓰나미’라고 표현한 말대로, 아시아 아프리카 빈곤국에서는 곡물가격의 급등으로 헤아릴 수 없는 배고픔과 아사자를 양산해 내고 있는가 하면 곡물을 획득하기 위한 폭동이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2008년 쌀파동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변화, 대체에너지 에탄올 생산을 위한 작물재배가 야기한 대량의 농지전용, 신흥 개발국들의 육류소비 증가 등이 배경에 깔려있지만, 곡물파동의 뇌관은 세계 곡물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카길, 몬산토 등 곡물메이저들의 이윤을 위한 매점매석 때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메리카의 요지경사태로 인해 불똥이 튀어 마찬가지로 요지경이 현실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불행 중 다행인지, 2008년 쌀파동의 직접적인 영향으로부터는 비켜서 있는 것으로 보였다. 쌀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 탓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관찰일 뿐 옥수수, 밀, 콩 등 쌀을 제외한 곡물의 거의 전부를 외국에 기대고 있는 현실을 결코 비켜갈 수 없었다. 세계 곡물가격의 상승은 수입사료에 의존하고 있는 소를 비롯한 육류생산 축산업자들의 경영을 악화시켜 존립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땅에서 길러진 것, 그리고 이로 말미암은 생산물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고, 또 석유를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은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우리나라가 불안한 세계 곡물시장으로부터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며, 장래 우리에게 닥치지 않을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세계농업의 상황은, 강수량 부족으로 마침내 쌀 수출국이었으나 쌀농사를 포기해버린 오스트레일리아의 분명한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자연환경 측면에서도 갈수록 불안정한 환경으로 달려가고 있고, 설령 자연환경 요인을 고려치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곡물생산과 유통 메커니즘은 한 나라의 생사를 틀어쥘 정도로 왜곡되었다.
아메리카가 저지경이 되리라고 예상 못했듯이, 한국이 IMF를 예상 못했듯이, 펀드가 깨지리라고 생각을 못했듯이,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현실로 일어나 버리듯, 우리에게도 식량파동은 예상 못한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그간 권력자들이 나라 곳간을 내주고 있는 정책을 계속해 오고 농촌. 농민이 날이 갈수록 피폐화되어가는 마당에, 사태가 일어난 뒤 한탄한 들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2008/11/11)
이글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홈에서 퍼온글입니다.
정혁기 정회원 ahanalog@naver.com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의 '코스트코' 매장에, 쌀구입량 제한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2008.4.23/ AP통신>
사람들은 평상 생활 중에 잘 돌아가고 있다고 여겨왔던 일이어서 문제로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이 곤란하거나 당황스런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경우에 종종 부딪친다.
이 경우 이게 문제로 터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어서 그 폐해를 고스란히 둘러써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는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라 안팎에서도 발생한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 누가 암 판정을 받은 경우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겠고, 별 문제 없다고 여기던 관계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부도가 나서 덤터기를 쓰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나라 수준에서 본다면 지난 1997년 아이엠에프도 이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요즈음 상황에서 본다면, 잘 나가리라고 묻어둔 주식ㆍ선물이나 펀드 투자가 깡통계좌로 돌변하는 등 최근의 경제상황 속에서 일어난 생활고로 인해,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황망하고 안타까운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희망의 파산이고 더 살아봤자 저당 잡힌 암울한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절망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요즈음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는 사태가 보여주는 대로, 아메리카가 저 지경이 되리라고 일반사람들 중 얼마나 예상했겠는가. 지난 11월 5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세계엔 - 나라방 - 미국방>에는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다. 물론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과 연관 있는 글이다.
내용인 즉, 아메리카 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 어느 날 수퍼마켓에 쌀을 사러 갔더니 그동안 지천으로 쌓여있던 쌀을 살 수 없더라는 데에서 얘기가 시작된다. 그의 글 앞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지난 5월 달, 저는 미국 와서 처음 겪는 황당한 일을 겪었더랬습니다.
그때, 전화로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가 꽤 급박했습니다.
"허니, 큰일났어!"
순간 저도 본능적으로 몸이 긴장상태가 됩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아내의 거의 패닉어린 목소리.
"코스트코에 쌀이 떨어졌어!"
헉...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허무한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이거... 뭐야...
(원문출처:http://bbs1.worldn.media.daum.net/gaia/do/country/read?bbsId=N001&articleId=43541)
사실, 농업대국인 아메리카에서 <코스트코>에 쌀이 떨어지리라고 사람들이 예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일이 많을 처지에 거기까지 걱정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이러한 황당한 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하튼 2008년 5월 아메리카에서 쌀이 떨어지고 가격이 폭등하였다. 위 글을 올린 필자는 이러한 사태에 대한 원인을 조목조목 정리하여 올렸는데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이 수많은 댓글을 달았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댓글에서는 소위 악플도 적지 않았지만, 아메리카 여기저기에서 같은 사태를 겪은 사람들의 참여와 상식을 지닌 사람들이 합세하여 아주 뜨겁고 생산적인 소통이 이어지고 있었다. 글의 내용과 댓글들도 재미있는 읽을거리지만 인터넷의 힘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지난 4~5월 무렵엔, 아메리카뿐만 아닌 세계 곳곳에서 쌀파동이 일어났다. 쌀파동이 있기 전 벌써 쌀을 포함한 세계 곡물가격은 2배, 3배로 뛰며 그 추세를 멈추지 않을 기세였고, 기왕의 쌀 수출국들마저 수출규제 혹은 금지를 단행한 결과, 예컨대 필리핀 같은 쌀 수입국(자급율 85%정도)은 4월 18일 베트남산 쌀을 톤당 1,200달러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쌀 가격은 톤당 300불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3월 12일 <워싱턴포스트>지에 “우리는 이제 ‘완전한 태풍 - 즉 식량폭동’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대로, 그리고 누군가가 식량문제를 지구상의 최대의 ‘쓰나미’라고 표현한 말대로, 아시아 아프리카 빈곤국에서는 곡물가격의 급등으로 헤아릴 수 없는 배고픔과 아사자를 양산해 내고 있는가 하면 곡물을 획득하기 위한 폭동이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2008년 쌀파동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변화, 대체에너지 에탄올 생산을 위한 작물재배가 야기한 대량의 농지전용, 신흥 개발국들의 육류소비 증가 등이 배경에 깔려있지만, 곡물파동의 뇌관은 세계 곡물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카길, 몬산토 등 곡물메이저들의 이윤을 위한 매점매석 때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메리카의 요지경사태로 인해 불똥이 튀어 마찬가지로 요지경이 현실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불행 중 다행인지, 2008년 쌀파동의 직접적인 영향으로부터는 비켜서 있는 것으로 보였다. 쌀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 탓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관찰일 뿐 옥수수, 밀, 콩 등 쌀을 제외한 곡물의 거의 전부를 외국에 기대고 있는 현실을 결코 비켜갈 수 없었다. 세계 곡물가격의 상승은 수입사료에 의존하고 있는 소를 비롯한 육류생산 축산업자들의 경영을 악화시켜 존립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땅에서 길러진 것, 그리고 이로 말미암은 생산물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고, 또 석유를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은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우리나라가 불안한 세계 곡물시장으로부터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며, 장래 우리에게 닥치지 않을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세계농업의 상황은, 강수량 부족으로 마침내 쌀 수출국이었으나 쌀농사를 포기해버린 오스트레일리아의 분명한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자연환경 측면에서도 갈수록 불안정한 환경으로 달려가고 있고, 설령 자연환경 요인을 고려치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곡물생산과 유통 메커니즘은 한 나라의 생사를 틀어쥘 정도로 왜곡되었다.
아메리카가 저지경이 되리라고 예상 못했듯이, 한국이 IMF를 예상 못했듯이, 펀드가 깨지리라고 생각을 못했듯이,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현실로 일어나 버리듯, 우리에게도 식량파동은 예상 못한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그간 권력자들이 나라 곳간을 내주고 있는 정책을 계속해 오고 농촌. 농민이 날이 갈수록 피폐화되어가는 마당에, 사태가 일어난 뒤 한탄한 들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2008/11/11)
이글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홈에서 퍼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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