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숲길] 이런! 된장! 오!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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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23-04-27 11:20 조회554회 댓글0건본문
차경애 조합원님께서 국제신문(2023. 4. 26일자)에 게재하신 글입니다.
링크는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30426.22018007957
서울에서 30년 부산에서 30년을 살았다.서울에서는 고추장과 함께, 부산에서는 된장과 함께였다.
결혼 전엔 고추장찌개를 좋아했다. 애호박 두부 양파를 썰고 고추장을 듬뿍 넣어 끓이면 밥 한 공기가 뚝딱이고, 밥맛이 없을 때는 따뜻한 쌀밥에 참기름과 고추장만 넣어서 비벼 먹어도 일품이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고추장 자리에 된장이 올라갔다. 고추장에 찍어 먹던 풋고추도 된장에 푹 찍어서, 쌈을 쌀 때도 고추장 대신 된장을 얹어서, 좋아하던 고추장찌개는 된장찌개로. 워낙 된장을 좋아하는 남편 때문이다. 국이든 찌개든 간이 안 맞거나 맛이 없을 때 무조건 된장 한 숟가락을 넣는 남편! 이런! 된장!
이러다 보니 거의 매일 된장을 먹는다. 식당에 가서 된장이 맛있으면 사 오기도 하고 여행을 가면 유명한 된장 맛집을 찾아 사 오기도 하니 전국의 된장을 거의 맛보았고 시판되는 각종 된장도 다 먹어보았다.
그러던 중 Y 생협에서 된장을 담근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내가 한번 된장을 담가봐? 난 2001년부터 부산 YWCA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친환경, 유기농 등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방송을 한 후, 나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조합원이 되었다. 생협에서는 철마다 생산지 방문을 하며 생산자도 만나고 현장 체험을 하는데 그동안은 방송하느라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식년의 시간이니 어디든 갈 수 있다.
10여 명의 주부들과 함께 된장을 담그러 산청으로 향하는 길, 날씨도 좋고 황매산 장독대에 줄지어 서 있는 항아리가 정겹다. 먼저 ‘콩살림’의 김성환 대표로부터 된장 담그기 설명을 들었다. 곰팡이가 핀 네모난 메주를 생각했었는데 김 대표는 알메주를 준비해 놓으셨다. 알메주란 게 있구나…. 백태를 삶아 황국을 섞어 건조된 알메주는 제조 과정이 짧아서 위생적이고 잡균 번식이 적단다. 콩알 하나하나가 메주가 되는 공정을 거치면서, 뜨는 표면적을 넓히기 때문에 장맛을 좋게 한다고 한다. 이제야 제대로 된 된장 공부를 한다. 항아리에 물과 간수를 뺀 천일염을 비율에 맞춰 넣는데 간장도 뽑을 거라서 물과 소금의 양을 배로 늘렸다. 대나무로 휘이휘이 저어 녹인 소금물에 알메주를 면주머니에 담아 넣고 메주주머니가 뜨지 않도록 대나무로 꾹꾹 눌러 고정시킨 뒤, 숯과 말린 고추를 몇 개 띄운다. 항아리 입구는 예전엔 망사 천으로 덮었지만 요즘은 미세먼지나 해충이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을 한단다. 항아리 속의 공기만으로도 충분히 발효가 되고 항아리 자체가 숨을 쉬기 때문에 장 가르기 할 때까지 뚜껑을 열지 않아도 된단다. 역시 항아리는 최고의 그릇이다.
날이 맑으면 뚜껑을 열고 날씨가 안 좋으면 덮느라, 엄마가 부르시면 뛰어다니며 장독대의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했던 어렸을 때 기억이 새롭다.
메주는 6월쯤 된장과 간장을 분리하는 장 가르기 할 때까지 산청의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볕을 받고 잘 발효될 것이다. 준비된 알메주로 간편하게 만들긴 했지만 주부 경력 30년이 넘어 난생처음 담가보는 된장! 올가을엔 내가 담근 된장으로, 쌈장도 만들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도 끓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안식년에 난생처음 해보는 게 참 많다.지난겨울에 담근 김장김치는 지금도 먹고 있는데 아주 맛있다. 김치가 넉넉하니, 김치찌개로, 김치전으로, 김치볶음밥으로 한겨울을 잘 보냈는데 올해는 된장 부자가 되어 구수한 된장 향이 집안에 가득 퍼질 것이다.
장 담그는 일이 머리보다는 몸으로 익혀야 할 일인데, 어찌 생전 처음 담근 것으로 할머니 손맛을 내겠는가만은 내 손으로 직접 담근 된장이 오늘도 잘 익어가기를, 지천에 피어있는 봄꽃들처럼, 황매산 기슭 산청 장독대의 된장 항아리에도 장꽃이 활짝 피기를 기대해 본다. 오! 된장!
링크는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30426.22018007957
서울에서 30년 부산에서 30년을 살았다.서울에서는 고추장과 함께, 부산에서는 된장과 함께였다.
결혼 전엔 고추장찌개를 좋아했다. 애호박 두부 양파를 썰고 고추장을 듬뿍 넣어 끓이면 밥 한 공기가 뚝딱이고, 밥맛이 없을 때는 따뜻한 쌀밥에 참기름과 고추장만 넣어서 비벼 먹어도 일품이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고추장 자리에 된장이 올라갔다. 고추장에 찍어 먹던 풋고추도 된장에 푹 찍어서, 쌈을 쌀 때도 고추장 대신 된장을 얹어서, 좋아하던 고추장찌개는 된장찌개로. 워낙 된장을 좋아하는 남편 때문이다. 국이든 찌개든 간이 안 맞거나 맛이 없을 때 무조건 된장 한 숟가락을 넣는 남편! 이런! 된장!
이러다 보니 거의 매일 된장을 먹는다. 식당에 가서 된장이 맛있으면 사 오기도 하고 여행을 가면 유명한 된장 맛집을 찾아 사 오기도 하니 전국의 된장을 거의 맛보았고 시판되는 각종 된장도 다 먹어보았다.
그러던 중 Y 생협에서 된장을 담근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내가 한번 된장을 담가봐? 난 2001년부터 부산 YWCA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친환경, 유기농 등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방송을 한 후, 나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조합원이 되었다. 생협에서는 철마다 생산지 방문을 하며 생산자도 만나고 현장 체험을 하는데 그동안은 방송하느라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식년의 시간이니 어디든 갈 수 있다.
10여 명의 주부들과 함께 된장을 담그러 산청으로 향하는 길, 날씨도 좋고 황매산 장독대에 줄지어 서 있는 항아리가 정겹다. 먼저 ‘콩살림’의 김성환 대표로부터 된장 담그기 설명을 들었다. 곰팡이가 핀 네모난 메주를 생각했었는데 김 대표는 알메주를 준비해 놓으셨다. 알메주란 게 있구나…. 백태를 삶아 황국을 섞어 건조된 알메주는 제조 과정이 짧아서 위생적이고 잡균 번식이 적단다. 콩알 하나하나가 메주가 되는 공정을 거치면서, 뜨는 표면적을 넓히기 때문에 장맛을 좋게 한다고 한다. 이제야 제대로 된 된장 공부를 한다. 항아리에 물과 간수를 뺀 천일염을 비율에 맞춰 넣는데 간장도 뽑을 거라서 물과 소금의 양을 배로 늘렸다. 대나무로 휘이휘이 저어 녹인 소금물에 알메주를 면주머니에 담아 넣고 메주주머니가 뜨지 않도록 대나무로 꾹꾹 눌러 고정시킨 뒤, 숯과 말린 고추를 몇 개 띄운다. 항아리 입구는 예전엔 망사 천으로 덮었지만 요즘은 미세먼지나 해충이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을 한단다. 항아리 속의 공기만으로도 충분히 발효가 되고 항아리 자체가 숨을 쉬기 때문에 장 가르기 할 때까지 뚜껑을 열지 않아도 된단다. 역시 항아리는 최고의 그릇이다.
날이 맑으면 뚜껑을 열고 날씨가 안 좋으면 덮느라, 엄마가 부르시면 뛰어다니며 장독대의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했던 어렸을 때 기억이 새롭다.
메주는 6월쯤 된장과 간장을 분리하는 장 가르기 할 때까지 산청의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볕을 받고 잘 발효될 것이다. 준비된 알메주로 간편하게 만들긴 했지만 주부 경력 30년이 넘어 난생처음 담가보는 된장! 올가을엔 내가 담근 된장으로, 쌈장도 만들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도 끓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안식년에 난생처음 해보는 게 참 많다.지난겨울에 담근 김장김치는 지금도 먹고 있는데 아주 맛있다. 김치가 넉넉하니, 김치찌개로, 김치전으로, 김치볶음밥으로 한겨울을 잘 보냈는데 올해는 된장 부자가 되어 구수한 된장 향이 집안에 가득 퍼질 것이다.
장 담그는 일이 머리보다는 몸으로 익혀야 할 일인데, 어찌 생전 처음 담근 것으로 할머니 손맛을 내겠는가만은 내 손으로 직접 담근 된장이 오늘도 잘 익어가기를, 지천에 피어있는 봄꽃들처럼, 황매산 기슭 산청 장독대의 된장 항아리에도 장꽃이 활짝 피기를 기대해 본다. 오!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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